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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물의 순환 — 산업용수의 재탄생

지속가능한 과학기술

by smart-universe 2025. 11. 12.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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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물의 순환 — 산업용수의 재탄생

AI와 물의 순환 — 산업용수의 재탄생

2025년 7월, 평택 산업단지 내 한 공장을 방문했을 때였다. 폐수 처리장 옆에 설치된 작은 관제 모니터에는 ‘AI 수질 최적화’라는 문구가 떠 있었다. 그 화면이 의미하는 건 단순한 정화가 아니었다. 그것은 ‘물의 두 번째 생명’이었다.

우리는 에너지를 절약하려 노력하지만, 물은 여전히 ‘한 번 쓰고 버리는 자원’으로 취급된다. 공업용수, 냉각수, 세정수, 그리고 반도체 공정수까지 — 그 어떤 산업도 물 없이는 돌아가지 않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물은 단 한 번의 용도를 마친 뒤 버려진다.

버려지는 물, 다시 산업으로 돌아오다

한국환경공단 통계에 따르면, 산업단지에서 매일 배출되는 폐수는 500만 톤 이상이다. 그러나 이 중 재활용되는 물은 12%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처리’라는 이름으로 정화 후 하천으로 흘러간다.

이제 AI와 IoT 기술이 이 흐름을 바꾸고 있다. 폐수의 성분, 온도, 탁도, 화학적 산소요구량(COD), 전도도 등 수백 개의 데이터 포인트를 실시간 분석해 “어떤 물을 어디에 다시 쓸 수 있는가”를 스스로 판단하는 시스템이 등장했다.

AI 수질 제어 시스템 — 물의 디지털 트윈

한국수자원공사(K-water)는 최근 산업단지에 ‘AI 기반 재이용수 통합 플랫폼’을 도입했다. AI가 각 공장의 폐수 데이터를 학습해 수질 패턴을 예측하고, 정화 과정에서 화학약품 사용량과 공정 시간을 자동으로 조정한다.

이 플랫폼은 ‘디지털 워터 트윈(Digital Water Twin)’ 개념을 기반으로 한다. 실제 물의 흐름을 가상공간에 복제해, 오염 수준·유량·온도·pH 변화를 예측하고 최적의 정화 시점을 계산한다. 그 결과, 정화 효율은 30%, 약품 사용은 40%, 처리비용은 25% 절감되었다.

“AI는 더 이상 수질을 모니터링하는 감시자가 아니라, 물의 순환을 설계하는 엔지니어입니다.” — K-water 연구원

산업용수의 재탄생 — 반도체와 자동차 공장에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는 반도체 세정공정에서 발생하는 초순수 폐수를 재처리해 설비 냉각수로 재활용하는 ‘AI 리사이클 워터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AI가 실시간으로 수질 데이터를 분석해, 사람이 조정하던 복잡한 필터링 단계를 자동으로 전환한다. 이 시스템 덕분에 하루 10,000톤의 물을 절약하고, 공장 전체 물 사용량의 27%를 줄였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도장 공정에서 배출되는 폐수를 재활용하기 위해 AI가 수질·유량 데이터를 학습하고 필터 세척 주기를 스스로 조정한다. 이를 통해 폐수 재이용률이 기존 35%에서 65%로 향상되었다.

스마트 워터 시티 — 도시의 혈관을 관리하는 AI

부산 에코델타시티는 AI가 도시 전체의 상하수 네트워크를 모니터링하는 ‘스마트 워터 시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각 가정·산업시설·정수장에서 실시간 수질 데이터를 수집해 오염 발생 위치를 예측하고 즉시 차단한다.

예를 들어, 특정 구역의 pH가 비정상적으로 높게 감지되면 AI가 자동으로 밸브를 폐쇄하고 우회로를 개방해 오염이 전체 수계로 확산되는 것을 막는다. 이는 인간의 개입 없이 작동하는 ‘자율형 수질 방어 시스템’이다.

순환형 수자원의 철학 — 물은 사라지지 않는다

물의 순환은 자연의 법칙이지만, 산업은 그 순환을 끊어왔다. 이제 기술이 그 단절을 다시 잇고 있다.

AI는 단순히 오염을 줄이는 도구가 아니라, 물을 다시 살리는 존재가 되었다. 이로써 물은 ‘한 번 쓰고 버리는 자원’에서 ‘끊임없이 다시 태어나는 자원’으로 진화한다.

결론 — 물이 생각하는 도시

AI가 에너지를 설계하듯, 이제 물을 설계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산업단지의 폐수, 도시의 빗물, 생활하수까지 — 모든 물이 연결된 하나의 순환 네트워크 속에서 스스로 정화하고, 스스로 순환한다.

그때의 도시는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자신을 정화하고 균형을 유지하는 ‘워터 생명 도시(Water Living City)’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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