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LS일렉트릭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의 AI 에너지 트윈 프로젝트를 취재하면서
‘에너지가 생각하는 시대’가 정말 오고 있음을 느꼈다.
기존의 산업은 ‘생산’이 목표였다.
그러나나 이제는 ‘에너지 효율’이 산업 경쟁력의 핵심이 되었다.
단순히 많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적은 에너지로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하느냐가 기업의 생존을 결정한다.
이제 그 해답은 AI(인공지능) 이 제시하고 있다.
AI는 더 이상 데이터를 분석하는 도구가 아니라,
산업의 에너지 순환 구조 전체를 설계하고 통제하는 두뇌로 진화하고 있다.

폐열, 하수열, 태양광, 풍력 등
이제 산업 곳곳에서 수많은 형태의 에너지가 발생한다.
AI는 이 다양한 에너지원을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통합 관리한다.
각 공정의 배기구, 파이프, 열교환기, 냉각수 라인에는
온도·압력·습도·전력 소비량을 실시간 감지하는 IoT 센서가 장착되어 있다.
이 센서들이 수집한 데이터를
AI가 실시간으로 분석해
“어디에 열이 남고, 어디가 부족한지”를 스스로 판단한다.
예를 들어, 한쪽 라인에서 발생한 폐열이 일정 수준 이상이면
AI는 자동으로 열교환 밸브를 열어
다른 공정의 가열 구간으로 열을 전송한다.
이 과정이 단 1초 이내에 이루어진다.
결과적으로
‘열이 필요한 곳에, 남는 열이 자동으로 이동하는 공장’ 이 완성된다.
AI의 진화는 단순 제어를 넘어
예측(Prediction) 과 자율 최적화(Self-Optimization) 단계로 확장되고 있다.
서울의 한 대형 반도체 공장은
AI가 공정 온도 변화를 예측해
냉각수 흐름을 미리 조정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덕분에 냉각용 전력 소비가 연간 18% 감소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KIER)과 LS일렉트릭이 공동 개발한
‘AI 에너지 트윈(Energy Twin)’은
실제 공장의 에너지 데이터를 디지털 쌍둥이로 복제해
실시간으로 열 손실 지점을 예측한다.
즉, 공장 전체가 AI의 신경망 속 가상 공간에서 시뮬레이션되는 것이다.
이 기술이 발전하면,
AI는 단순히 ‘전력 절약’을 넘어
산업의 대사(代謝)를 조정하는 시스템 두뇌로 자리 잡게 된다.
AI 기반 에너지 관리의 진정한 목표는
공장 하나가 아니라 도시 전체의 순환 관리다.
세종 스마트시티와 부산 에코델타시티에서는
AI가 도시 전역의 전력 흐름을 모니터링하며
건물·도로·하수처리장·데이터센터의 열 데이터를 실시간 교환한다.
AI는 이 데이터를 분석해
“지금 남부 지역의 하수열을 북부 주택가로 전송하라.”
“북부의 태양광 발전량이 과잉이니 인근 공장으로 분배하라.”
와 같은 명령을 자동으로 내린다.
이 시스템은 일종의 ‘에너지 자율신경망(Energy Neural Network)’ 으로,
도시가 스스로 에너지의 흡수·순환·배출을 제어할 수 있게 한다.
AI는 단순히 데이터를 ‘분석’하는 단계에서 끝나지 않는다.
이제는 스스로 데이터를 해석하고, 미래의 에너지 흐름을 계산하는 존재가 되었다.
이것이 바로 ‘예측형 제어(Predictive Control)’ 기술이다.
예측형 제어는 과거 수개월~수년치의 데이터를 학습해
다가올 환경 변화, 설비 부하, 날씨, 생산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예를 들어, 다음 주의 평균 기온이 평년보다 3도 낮고,
풍속이 강하며, 공정 가동률이 1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
AI는 “이 시점에는 폐열 발생량이 약 20% 늘어날 것이다”라고 계산한다.
그리고 냉각수 유량을 미리 줄이고, 열교환 효율을 높이는 명령을
사람의 개입 없이 자동으로 내린다.
이 방식은 기존의 ‘반응형 제어’와 본질적으로 다르다.
지금까지의 시스템은 문제가 발생하면 대응하는 사후 제어(Reactive Control) 였다.
반면, 예측형 제어는 “문제가 생기기 전에 이미 대비하는 제어”다.
즉, AI가 시간의 흐름 앞에서 움직이는 관리자가 된 셈이다.
이 기술은 특히 산업 플랜트와 대형 제조시설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현대제철은 AI 기반 열에너지 예측 시스템을 도입한 뒤,
공정 내 온도 불균형으로 인한 폐열 손실이 약 22% 감소했다.
SK하이닉스는 AI가 각 반도체 공정의 냉각 패턴을 학습하여
냉각수 공급량을 자동 조정하는 방식을 도입했고,
그 결과 냉각 관련 전력 사용량이 연간 약 1억 kWh 절감되었다.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에서는
AI가 공정실 내 온도·습도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해
공조 설비의 작동을 예측적으로 조정하며,
이 덕분에 탄소 배출량이 연간 3만 톤 이상 감소했다.
AI의 예측형 제어가 가져온 변화는 단순한 절감이 아니다.
그것은 “에너지를 관리하는 방식의 진화”다.
이전에는 사람이 ‘에너지를 조절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면,
이제는 시스템이 스스로 배우고, 사람보다 빠르게 최적의 결정을 내린다.
정부도 이러한 기술 흐름을 뒷받침하기 위해
산업단지 지능형 에너지 관리 정책(AI-EMS) 을 추진 중이다.
2030년까지 전국 30% 이상의 산업단지를
AI 기반 에너지 자율관리 구역으로 전환하는 것이 목표다.
이 구역에서는 전력 사용, 폐열 회수, 설비 가동률, 탄소 배출량이
모두 AI 플랫폼을 통해 자동 분석되고,
각 기업은 이를 기반으로 실시간 효율 보고서를 받는다.
이 구조가 완성되면,
한국의 산업 현장은 “사람이 관리하는 에너지”에서
“AI가 스스로 조정하는 에너지 생태계”로 이동하게 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
데이터가 예측하는 에너지의 미래,
즉 ‘스스로 생각하는 에너지 시스템(Self-thinking Energy)’ 이 자리 잡게 될 것이다.
AI가 열과 전력을 관리한다는 것은
단순한 기술 혁신이 아니라 철학의 변화다.
인류는 처음으로
에너지를 ‘지시’하는 존재가 아니라,
‘조율’하는 존재로 이동하고 있다.
AI는 인간 대신
에너지의 리듬을 읽고 균형을 맞춘다.
결국 기술이 자연의 순환 원리를 닮아가며,
산업이 다시 **‘생명체처럼 호흡하는 구조’**로 돌아가는 것이다.
AI는 이제 문명의 에너지 순환을 설계하는 두뇌가 되었다.
에너지는 흐르는 것이 아니라 ‘학습하는 자원’으로 진화한다.
결국 기술이 인간의 손을 벗어나 지구의 순환 구조로 복귀할 때,
비로소 문명은 지속 가능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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