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 중에는 보이지 않지만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숨어 있다.
그 중심에 있는 물질이 바로 이산화탄소(CO₂) 다.
지금까지 인류는 이산화탄소를 ‘폐기물’로 여겨왔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이제 이 가스를 연료이자 전력 자원으로 전환하려 한다.
이것이 바로 탄소 전환 에너지 기술(Carbon-to-Energy Technology) 이다.

기존의 탄소중립 기술은
대기 중 CO₂를 모아 저장하는 CCS(Carbon Capture & Storage) 가 주류였다.
하지만 이 방식은 비용이 높고,
“모은 탄소를 어디에 둘 것인가”라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최근엔 ‘탄소 활용(CCU, Carbon Capture & Utilization)’로 패러다임이 옮겨가고 있다.
이제 탄소는 버릴 대상이 아니라,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간주된다.
대표적인 시도가 전기화학적 탄소 전환(Electrochemical CO₂ Conversion) 기술이다.
즉, 이산화탄소를 전기 반응을 통해 메탄올, 일산화탄소, 포름산,
혹은 직접적인 전력으로 바꾸는 기술이다.
MIT의 연구진은 2024년,
‘공기 기반 에너지 변환 장치(Air-gen Device)’ 개발에 성공했다.
이 장치는 공기 중 수분 입자와 CO₂ 분자를 동시에 이용해
지속적으로 전류를 생성한다.
원리는 간단하지만 혁신적이다.
공기 중 수분이 나노 다공성 단백질 필름을 통과하면서
자연적으로 전하를 이동시키고,
이때 발생하는 전자가 미세 전극을 통해 전류로 변환된다.
즉, 습도와 이산화탄소만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다.
하루 종일 작동하며, 배터리 없이도
소형 센서나 IoT 기기의 전력을 충당할 수 있다.
MIT 연구팀은 이를 “지구 어디서든 작동하는 공기 발전기(Air-based Generator)”라고 부른다.
한국도 이 분야에서 빠르게 추격 중이다.
KAIST 환경공학과 연구진은
2025년 상용화를 목표로 ‘CO₂ 변환 전기화학 셀’ 을 개발하고 있다.
이 기술은
로 구성되어 있다.
연구진은 이 장치가 하루 1m² 면적 기준으로
약 0.5kWh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것은 작은 가정용 조명이나 센서 네트워크를
완전히 자가 전력으로 운영할 수 있는 수준이다.
궁극적인 목표는 이산화탄소를 ‘소비하면서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기’,
즉 “탄소를 없애는 동시에 에너지를 만드는 기술”이다.
이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이산화탄소는 더 이상 ‘기후위기의 주범’이 아니다.
그 자체가 새로운 자원(New Carbon Resource) 으로 인식될 것이다.
CO₂ 전환 기술의 가장 큰 가치는
‘버려지는 가스’를 ‘순환 가능한 에너지원’으로 바꾸는 데 있다.
석유처럼 채굴할 필요도 없고,
무한히 존재하는 공기 속에서 끊임없이 얻을 수 있다.
자동차의 배기가스,
공장의 굴뚝에서 나오는 폐가스,
심지어 인간의 호흡조차도
모두 미세 전력 또는 화학 연료의 원천으로 전환될 수 있다.
현재 KAIST, 포스텍, 일본의 도쿄대 연구진은
이산화탄소를 전기화학 반응을 통해
메탄올(CH₃OH), 일산화탄소(CO), 포름산(HCOOH) 등으로 바꾸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 세 물질은 각각 수소 연료, 합성 가솔린, 화학 원료로 활용 가능하다.
즉, 공장에서 나온 CO₂가 다시 플라스틱, 의약품, 연료, 비료의 원료로 돌아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탄소 순환 경제(Carbon Circular Economy)’ 의 핵심이다.
경제적 파급력도 크다.
글로벌 컨설팅사 PwC의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까지 전 세계 탄소 포집·활용 시장 규모는 1,200억 달러(약 160조 원) 에 이를 전망이다.
이 중 절반 이상이 단순 저장이 아닌 ‘활용(유틸리제이션)’ 부문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즉, ‘탄소를 버리는 산업’에서 ‘탄소를 거래하는 산업’으로
세계 산업 구조가 전환되는 것이다.
에너지·화학·철강·시멘트 같은 기존 고배출 산업도
이 기술을 도입하면 생산 공정에서 발생한 탄소를 즉시 재활용해
“배출 제로 공장(Zero-Emission Plant)”으로 진화할 수 있다.
국가 단위로 보면,
이산화탄소 활용 기술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를 낮추는 전략 자산이 된다.
한국처럼 석유 자원이 부족한 나라에겐
‘공기를 자원화한다’는 개념 자체가 혁명적인 의미를 갖는다.
특히 한국의 반도체·배터리 산업은
고순도 CO₂를 산업용으로 이미 대량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생산 원가 절감 + 탄소배출 감축이라는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
이제 탄소는 ‘없애야 할 것’이 아니라
‘순환시켜야 할 것’이다.
그 전환점이 바로,
“탄소를 에너지로 전환하는 기술” 이다.
이 기술은 단순히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그 철학은 “지구의 호흡을 복원하는 것” 이다.
자연의 탄소 순환은
식물이 광합성으로 CO₂를 흡수하고,
동물이 호흡으로 다시 내뿜으며 유지된다.
하지만 인간의 산업 활동은 이 균형을 무너뜨렸다.
이제 기술이 그 순환을 다시 이어 붙이고 있다.
즉, 기계가 식물처럼 호흡하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인공 광합성, 공기 발전기, 탄소 전환 전지 —
이 모든 기술은 결국 “기술이 생명의 리듬을 회복하는 과정”이다.
이제 공기는 더 이상 ‘빈 공간’이 아니다.
그 안엔 전기, 물, 탄소, 생명의 순환이 모두 들어 있다.
CO₂ 전환 기술은
“탄소를 줄이는 기술”을 넘어
“탄소로부터 에너지를 창조하는 기술”로 진화하고 있다.
이것은 인류가 처음으로
‘지구의 호흡’을 기술적으로 재현한 순간이기도 하다.
언젠가 도시의 벽면과 가로등,
심지어 옷의 섬유까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며 전기를 만드는 발전기가 될 것이다.
공기에서 전기를 얻는다는 것은,
결국 지구와 문명이 하나의 생명 순환 고리로 이어지는 미래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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