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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가 전기를 만든다 — 에너지 자립형 도시의 시대

지속가능한 과학기술

by smart-universe 2025. 10. 27.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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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도시는 ‘소비’로 정의된다.
에너지, 물, 식량, 전기 —
모든 것이 외부에서 공급되어야만 유지된다.
하지만 곧, 도시는 스스로 에너지를 생산하고 관리하는 자급형 생명체로 진화할 것이다.

 

도시가 전기를 만든다 — 에너지 자립형 도시의 시대

도시의 한계를 드러낸 에너지 위기

2020년대 들어 에너지 위기는 단순히 유가나 전기요금의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 인구의 56% 이상이 도시에 살고 있으며,
이들이 사용하는 에너지는 전체 소비량의 75%를 차지한다.

하지만 도시는 에너지를 ‘만드는 곳’이 아니다.
대부분 외부 발전소, 송전망, 수입 원유에 의존한다.
이 구조는 재난이나 공급망 문제가 생기면 순식간에 붕괴된다.

즉, 지금의 도시는 자급 능력이 없는 생명체다.
그렇기에 “도시를 에너지 생산의 주체로 전환하는 기술”이
새로운 도시 혁신의 핵심이 되고 있다.

에너지를 만드는 건물 — 건축의 새로운 역할

가장 먼저 변화하는 것은 건축물이다.
기존의 건물은 단순히 에너지를 ‘소비하는 존재’였다.
하지만 이제는 건물 외벽, 창문, 지붕 자체가
발전소 역할을 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이 기술을 BIPV(Building Integrated Photovoltaic) 라고 한다.
태양광 패널을 건물 외장재로 통합해
도시의 스카이라인이 곧 발전소가 되는 방식이다.

서울 마곡의 LG사이언스파크는
지붕 전면을 태양광 패널로 덮어
하루 약 2만 kWh의 전기를 자체 생산한다.
이는 약 1,000가구가 하루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이제 건축은 ‘공간 디자인’이 아니라
도시 에너지 생태계의 핵심 인프라로 진화하고 있다.

도로와 교통이 에너지를 만든다

에너지는 건물만의 몫이 아니다.
도로 역시 새로운 발전소로 변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이미 압전 도로(Piezoelectric Road) 실험이 활발하다.
자동차가 지날 때 생기는 압력으로
도로 밑의 압전소자가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프랑스 샤르트(Chartres) 도시는
압전 도로를 통해 하루 약 5,000kWh의 전기를 생산하며,
가로등과 신호등을 100% 자가 전력으로 운영 중이다.

한국도 2024년부터 세종 스마트시티에
‘에너지 생산형 도로 시범구역’을 도입한다.
보행자의 발걸음과 차량의 하중을 전기로 바꾸는
하이브리드 발전 포장 기술이 적용될 예정이다.

하수, 음식물, 쓰레기도 에너지가 된다

도시의 쓰레기는 사라지지 않는다.
단지 형태를 바꿔 돌아올 뿐이다.

이제 기술은 그 순환의 고리를 닫고 있다.
하수처리장에서 나오는 바이오가스를 정제해
전력으로 바꾸는 도시형 바이오리액터가 등장한 것이다.

서울의 난지 물재생센터는
하수 슬러지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를 회수해
매일 약 1만 kWh의 전기를 자체 생산한다.
이 전력은 하수처리장 가동에 재사용되어
‘완전 순환형 처리 시스템’을 실현했다.

음식물 쓰레기 또한 미생물 분해 기반 바이오에너지 원료로 활용되고 있다.
즉, 도시는 이제 스스로 먹고, 스스로 에너지를 만든다.

AI가 관리하는 도시의 에너지 순환

도시가 에너지를 생산하기 시작하면,
그다음 문제는 관리의 지능화다.

서울과 부산, 싱가포르, 암스테르담 등은
도시 전체의 전력 흐름을 AI가 실시간으로 제어하는
에너지 디지털 트윈(Energy Digital Twin)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AI는 각 구역의 발전량과 소비량을 학습해
“지금 남부 지역 태양광이 과잉이니 북부로 송전하라.”
“서쪽 건물의 배터리가 부족하니 하수 발전 전력을 연결하라.”
이런 명령을 자동으로 내린다.

그 결과,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에너지 생명체로 작동한다.

한국형 에너지 자립도시의 실험

한국에서도 ‘에너지 자립형 도시’는 더 이상 미래의 개념이 아니다.
이미 여러 지역에서 기술 실증과 인프라 구축이 병행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세종·부산·제주가 있다.

세종 스마트시티

세종시는 한국형 스마트시티 1호로,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에너지 네트워크로 설계되어 있다.
주요 건물은 BIPV(건물 일체형 태양광) 시스템을 적용해
지붕과 외벽 자체가 발전소 역할을 수행한다.
또한 수열 냉난방 시스템을 도입해
금강에서 끌어올린 물의 온도를 이용,
여름엔 냉방·겨울엔 난방으로 활용한다.

AI 기반 송전 제어 시스템은
도시 내 각 구역의 전력 수요를 실시간 분석해
필요한 곳으로 에너지를 자동 분배한다.
세종 스마트시티의 목표는 2035년까지
전력 자급률 70%, 탄소 배출 0이다.
이를 통해 도시가 국가 전력망의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로 전환될 것이다.

부산 에코델타시티

부산의 에코델타시티(EDC)는
국토교통부와 한국수자원공사가 공동 추진 중인
물과 에너지가 순환하는 도시다.

도시 하수에서 회수한 열을 활용하는 하수열 에너지 시스템,
인근 강변에 설치된 수상 태양광 발전소,
그리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제로에너지 하우스 단지가 결합되어 있다.

부산 EDC는 도시 설계 단계부터 “에너지 순환 구조”를 내재화했기 때문에,
에너지의 생산–저장–소비–재활용이
하나의 생명체처럼 연결되어 작동한다.
여기에 AI가 결합되어
실시간으로 온도·습도·전력 사용량을 조정하며
불필요한 소비를 최소화한다.

향후 부산시는 이 시스템을
항만·물류지대까지 확장해
해양 스마트 인프라와 연계된 ‘에너지 자립 수변 도시’ 모델을 완성할 계획이다.

제주 탄소중립 도시 프로젝트

제주는 한국에서 가장 빠르게
탄소중립 도시 로드맵을 실행하고 있다.

도 전역에 풍력·태양광 설비가 설치되어 있으며,
이 에너지는 ESS(에너지 저장 시스템) 과 연계되어
전력 공급의 변동성을 완화한다.

또한 축산 폐기물과 음식물 쓰레기에서 발생하는 가스를
정제·발전하는 바이오가스 발전소가
제주 전력의 약 15%를 담당하고 있다.

제주는 2030년까지 ‘Carbon Free Island’ 달성을 목표로
모든 차량을 전기차로 전환하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100%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이러한 정책은 단순한 환경 보호를 넘어
관광·농업·주거를 통합한 지속가능한 지역경제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이 세 도시는 각기 다른 환경과 산업적 기반을 가졌지만,
공통적으로 도시 자체가 에너지를 생산하고 소비를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즉, 더 이상 전력을 ‘공급받는 도시’가 아니라
스스로 전력을 만들어 순환시키는 자립형 생명체로 진화 중인 것이다.

결론 — 도시가 생명체가 되는 순간

기술이 도시에 생명력을 부여하기 시작했다.
건물은 세포처럼 에너지를 만들고,
도로는 혈관처럼 전력을 흐르게 하며,
AI는 신경처럼 도시의 대사를 조절한다.

이제 도시는 더 이상 에너지를 ‘받아먹는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에너지를 생산하고 순환시키는 지능형 생명체다.

이 변화는 단순한 기술 혁신이 아니라,
문명의 생태적 회복을 의미한다.
“기술이 자연의 구조를 닮아가는 과정”,
그것이 에너지 자립 도시의 진정한 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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