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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플라스틱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 미생물 기반 소재의 가능성

지속가능한 과학기술

by smart-universe 2025. 10. 15.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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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오염이 인류의 가장 심각한 환경 문제 중 하나로 떠오르면서,
‘바이오플라스틱’은 오랫동안 궁극적인 대안처럼 여겨졌습니다.
식물에서 유래된 원료로 만들어지고,
자연 속에서 분해된다는 점 때문에
“친환경 소재의 미래”라는 이름으로 주목받았죠.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바이오플라스틱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는
한계점도 명확히 드러났습니다.
그렇다면, 바이오플라스틱은 정말 플라스틱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미생물 기술은 이 한계를 어떻게 넘어설 수 있을까요?

 

바이오플라스틱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 미생물 기반 소재의 가능성

 

바이오플라스틱의 정의와 오해

 

‘바이오플라스틱(Bio-Plastic)’이란
식물성 자원(옥수수, 사탕수수, 미세조류 등) 에서 얻은 성분으로 만든
친환경 플라스틱을 말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PLA(폴리락트산)PHA(폴리하이드록시알카노에이트) 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바이오플라스틱은 “자연에서 쉽게 썩는다”고 생각하지만,
모든 종류가 그런 것은 아닙니다.
PLA의 경우, 60도 이상의 고온과 일정 습도 조건이 유지되어야만
효율적으로 분해됩니다.
즉, 일반적인 토양이나 바다 환경에서는
기존 플라스틱과 크게 다르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이죠.

이 때문에 단순히 ‘식물에서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친환경적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진짜 친환경의 핵심은 “분해 과정이 자연의 순환 속에서
완전히 흡수되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미생물이 만드는 ‘진짜 생분해 플라스틱’

 

이제 과학자들의 관심은
“식물 유래 플라스틱”을 넘어서
“미생물 자체가 만들어내는 플라스틱” 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PHA(Polyhydroxyalkanoate) 입니다.
이 물질은 미생물이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세포 내에 저장하는 에너지 저장 물질입니다.
쉽게 말하면, 미생물이 ‘지방처럼’ 몸속에 비축해 둔 물질을
추출해 플라스틱처럼 가공하는 것입니다.

PHA는 놀랍게도
특정 조건이 아니라 일반 토양, 바다, 심지어 폐수 속에서도 분해됩니다.
미생물들이 다시 그 물질을 먹이로 삼아
자연 속 순환 고리로 되돌리기 때문입니다.

이 점에서 PHA는 기존의 PLA보다
훨씬 진정한 의미의 “생분해성 소재” 에 가깝습니다.
게다가 유연성, 강도, 투명성도 높아서
포장재, 의료용 필름, 일회용기 등 다양한 산업에 적용이 가능합니다.

 

미생물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합성 시스템

 

이제는 단순히 “미생물이 만든다”를 넘어
유전자 조작을 통한 고기능성 바이오플라스틱 생산 단계로 진화했습니다.

과학자들은 미생물의 대사 경로를 조정해
PLA·PHA 외에도 전혀 새로운 구조의 맞춤형 고분자를 합성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 Cupriavidus necator 같은 세균은
    CO₂를 흡수해 PHA 기반 플라스틱을 만들 수 있고,
  • E. coli 균주는 유전자 편집을 통해
    향료, 화장품, 접착제용 바이오폴리머까지 생산이 가능합니다.

이 과정은 석유 대신
폐식용유, 음식물 쓰레기, 폐플라스틱 분해산물 등을 원료로 활용할 수 있어
탄소 순환의 관점에서도 완벽에 가깝습니다.

결국 미생물은 플라스틱을 먹어 분해하고,
다시 그 부산물로 새로운 플라스틱을 합성하는
“스스로 순환하는 생명 공장(Living Factory)” 이 되는 것입니다.

 

환경과 산업이 만나는 접점

 

바이오플라스틱이 산업 현장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단지 환경을 지키기 위해서만이 아닙니다.
기업들이 이 기술에 눈을 돌리는 진짜 이유는
경제적 지속 가능성(Economic Sustainability),
즉 “환경을 지키면서도 이윤을 낼 수 있는 구조”에 있습니다.

지금까지 친환경 기술은 비용이 높고, 생산성이 낮다는 이유로
기업 입장에서 ‘이상적인 선택’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하지만 미생물 기반 공정은 그 흐름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① 생산 비용이 낮다 — 단순한 기술이 아닌 ‘공정 혁신’

미생물 기반 공정은 기존의 석유화학 공정처럼
수백 도의 고온이나 고압 설비를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반응이 상온(25~35℃)에서 일어나며,
효소 반응만으로 화학 결합이 이루어집니다.
덕분에 에너지 소비량이 60% 이상 감소하고,
고가의 촉매나 복잡한 정제 과정이 거의 필요 없습니다.

또한 이 공정은 폐식용유, 음식물 찌꺼기, 플라스틱 분해산물 등
기존 산업에서 버려지는 부산물을 원료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즉, 버려지는 자원을 다시 투입하여
생산비를 줄이는 순환형 제조 구조가 가능해진 것이죠.

 

② 자원 안정성과 공급망 리스크 감소

기존 플라스틱 산업은 석유 가격 변동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습니다.
하지만 미생물 공정은 석유가 아닌
바이오매스(식물, 미세조류, 폐기물 등) 를 활용하기 때문에
원료 공급망이 훨씬 안정적입니다.
이것은 단순히 친환경을 넘어 경제적 예측 가능성을 높여줍니다.

게다가 각국 정부가 탄소 배출권 제도를 강화하면서,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기업은
‘탄소 비용(Carbon Cost)’을 피할 수 없습니다.
이에 반해, 바이오플라스틱 기업은
생산 과정에서 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거나
심지어 CO₂를 흡수하는 구조를 가질 수 있어
장기적으로 탄소 중립(Carbon Neutral) 산업 전환에 유리합니다.

 

③ 폐기물 없는 공정 –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실현

미생물 기반 공정은 부산물이 거의 없습니다.
기존 석유화학 공정에서는
공정 중 발생하는 오염물질, 폐수, 잔여 용매를 처리해야 하지만
미생물 시스템은 생명체 내부에서 모든 반응이 닫힌 상태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불필요한 부산물 자체가 거의 발생하지 않습니다.

또한 반응 후 남은 미생물 세포는
다시 비료나 사료로 재활용할 수 있어
공정 전체가 완벽한 순환 구조를 갖습니다.
이것은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산업의 핵심 모델로 평가받습니다.

 

아직 남은 과제들

 

물론 해결해야 할 문제도 있습니다.
바이오플라스틱은 생산 비용이 여전히 높고,
생산 속도가 기존 석유화학 공정보다 느립니다.
또, 대량 생산 과정에서 균주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을 이용해
미생물 효소의 아미노산 구조를 자동 최적화하고,
보다 빠르고 강한 ‘차세대 효소’ 를 설계하는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바이오플라스틱의 가격은
기존 플라스틱과 큰 차이가 없을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도 있습니다.

 

 

바이오플라스틱은 단순한 ‘대체재’가 아닙니다.
이는 인간이 만든 인공 소재가
자연의 생명 시스템 안으로 다시 들어가는 복귀의 기술입니다.

미생물은 더 이상 오염을 치우는 조연이 아닙니다.
그들은 새로운 산업의 주역이자,
지속 가능한 세상의 설계자가 되고 있습니다.

플라스틱의 시대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 형태가 달라질 뿐입니다.
이제 인류가 만들어갈 미래는
석유가 아니라, 세포 속에서 자라나는 소재의 시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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