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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의 업사이클링 메커니즘 – 분해를 넘어 합성으로

지속가능한 과학기술

by smart-universe 2025. 10. 15.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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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을 분해하는 기술은 이미 큰 진보를 이뤘습니다.
이제 과학자들의 관심은 그 다음 단계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단순히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 부산물을 새로운 자원으로 바꾸는 것 —
이것이 바로 Microbial Upcycling,
즉 미생물 기반 업사이클링의 핵심입니다.

 

미생물의 업사이클링 메커니즘 – 분해를 넘어 합성으로

1단계: 분해에서 시작되는 변환의 서막

 

플라스틱이 자연적으로 분해되지 않는 이유는
고분자 사슬이 너무 견고하고, 효소가 접근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PETase 같은 효소가 이 사슬을 절단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PET은 잘게 쪼개져 테레프탈산(TPA)에틸렌글리콜(EG) 로 분리되고,
이들은 더 이상 “플라스틱”이 아니라
미생물의 먹이가 되는 탄소원으로 전환됩니다.

즉, 미생물은 우리가 버린 쓰레기를
다시 에너지와 원료의 형태로 흡수하기 시작합니다.
이것이 Microbial Upcycling의 첫 단계입니다.

 

2단계: 세포 속 ‘생화학 공장’이 움직인다

 

미생물이 흡수한 TPA와 EG는
세포 내부의 복잡한 대사 경로(Metabolic Pathway) 를 거칩니다.
여기서는 수십 가지의 효소가 연속적으로 작용해
탄소와 수소의 배열을 바꾸고, 새로운 화합물을 만들어냅니다.

예를 들어,

  • TPA는 미생물 내부에서 프로토카테쿠산(protocatechuate) 으로 변환되고,
  • 이후 여러 효소 반응을 거쳐 지방산, 아세틸-CoA, 아민류 등의 형태로 바뀝니다.
    이 물질들은 결국 바이오플라스틱(PHA),
    나일론 전구체, 바이오연료 등으로 합성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은 인공적인 화학 공정보다 훨씬 부드럽고,
고온·고압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탄소 배출이 거의 0에 가깝습니다.

결국 미생물의 세포 하나하나가
‘미세한 공장’처럼 작동하여
탄소의 흐름을 완전히 새로운 방향으로 돌려놓는 것이죠.

 

3단계: ‘다중 미생물 협업 시스템’의 등장

 

최근 과학자들은 하나의 미생물만으로는
모든 업사이클링 과정을 완성하기 어렵다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그래서 서로 다른 역할을 가진 미생물들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 첫 번째 미생물 (Ideonella sakaiensis) 은 플라스틱을 분해하고,
  • 두 번째 미생물 (Pseudomonas putida) 는
    그 부산물을 이용해 고분자 원료나 지방산을 합성합니다.
  • 세 번째 미생물 (Corynebacterium glutamicum) 은
    남은 잔여 탄소원을 이용해 아미노산이나 유기산을 생산하죠.

이렇게 역할이 분업화된 시스템을
생물학적 공정 라인(Biological Production Line)’ 이라 부릅니다.
마치 서로 다른 기계가 연결된 산업 공장처럼,
미생물도 각각의 대사 능력을 연계해
하나의 완전한 업사이클링 흐름을 만들어냅니다.

 

4단계: 유전자 조작을 통한 ‘맞춤형 합성’

 

Microbial Upcycling의 진짜 진화는
합성생물학(Synthetic Biology) 의 등장과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과학자들은 미생물의 유전자를 조작해
특정 효소를 더 많이 생산하거나,
새로운 화합물을 만들 수 있도록 대사 회로를 재설계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PETase의 아미노산 서열을 조정해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속도를 10배 이상 향상시키거나,
미생물 내부에 ‘인공 경로’를 추가해
기존에는 존재하지 않던 물질을 합성하게 만드는 식입니다.

이런 연구는 이미 실험실 단계를 넘어
산업 파일럿 규모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일부 바이오기업은 폐플라스틱을 투입하면
미생물이 스스로 원료를 분해하고,
그 부산물로 친환경 나일론, 고무, 생분해성 필름 등을 생산하는
살아있는 공장(Living Factory)” 개념의 설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5단계: 플라스틱 쓰레기 → 산업 자원의 순환고리

 

결국 Microbial Upcycling의 목표는 단순히
“플라스틱을 없애는 것”이 아닙니다.
그 핵심은 버려진 쓰레기를 다시 자원으로 되돌려
완전한 순환 구조(Circular Economy)
를 구축하는 데 있습니다.

즉, 플라스틱이 자연 속에서 사라지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분해산물이 다시 산업 원료로 재탄생하는 과정까지 포함하는 것이죠.
이 구조가 제대로 작동하면,
지금까지 환경 오염의 주범이었던 폐플라스틱이
오히려 새로운 경제 자원의 출발점으로 바뀌게 됩니다.

이 과정은 마치 “지구의 물질 순환”과 유사합니다.
나무가 떨어져 부패하면 흙으로 돌아가고,
그 흙이 다시 새로운 생명을 키워내듯,
플라스틱도 미생물의 손을 거쳐
새로운 제품·신소재·에너지로 되돌아옵니다.

 

기존 재활용의 한계를 넘어선 진정한 ‘순환’

 

기존의 재활용은 대부분 물리적 또는 화학적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플라스틱을 녹이거나, 분쇄하거나, 다른 재료와 섞는 형태죠.
하지만 이런 공정은 품질이 점점 떨어지는
‘다운사이클링(Downcycling)’이 대부분입니다.
즉, 처음보다 가치가 낮은 제품으로만 되돌릴 수 있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반면, Microbial Upcycling은
미생물의 생화학 반응을 이용해
플라스틱을 분자 단위로 완전히 분해한 뒤,
새로운 고분자 구조로 다시 합성
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원료의 품질이 오히려 향상되는 ‘업사이클링’이 가능하죠.

예를 들어,
PET병에서 나온 테레프탈산(TPA)은
미생물의 대사를 거쳐 바이오 나일론, 바이오 고무,
또는 생분해성 고분자 소재
로 재탄생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재활용이 아니라,
‘새로운 산업 생산 공정’의 형태로 확장되는 단계입니다.

 

미래 전망: 분해에서 합성으로의 패러다임 전환

 

과거에는 플라스틱을 ‘없애는 기술’이 중요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과학은 ‘새롭게 창조하는 기술’ 로 방향을 바꿨습니다.
미생물은 더 이상 오염을 치우는 존재가 아니라,
자원을 다시 만들어내는 생명 공학자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이 흐름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된다면,
플라스틱 쓰레기장은 곧 바이오 자원 창고로 바뀔 것입니다.

 

우리의 일상에서 버려지는 모든 물질이
언젠가는 생명체의 손을 거쳐
새로운 형태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
그것이 바로 Microbial Upcycling이 제시하는 미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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