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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robial Upcycling이란 무엇인가 – 기존 재활용과의 차이

지속가능한 과학기술

by smart-universe 2025. 10. 14.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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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오랫동안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활용’이라는 단어에 기대 왔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재활용이 얼마나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을까요?
놀랍게도 전 세계에서 생산된 플라스틱의 9%만이 실제로 재활용된다고 합니다.
나머지는 대부분 매립되거나, 태워지거나, 바다로 흘러갑니다.
이제는 단순히 쓰레기를 다시 쓰는 수준이 아니라,
쓰레기를 ‘새로운 자원’으로 바꾸는 기술,
Microbial Upcycling(미생물 기반 업사이클링) 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Microbial Upcycling이란 무엇인가 – 기존 재활용과의 차이

 

재활용(Recycling)과 업사이클링(Upcycling)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일반적인 ‘재활용’은 이미 만들어진 물질을 다시 가공해
비슷한 용도로 재사용하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플라스틱 병을 녹여 다시 병이나 섬유로 만드는 것이죠.
하지만 이런 과정은 열처리와 화학 공정이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품질이 떨어지거나 새로운 오염 물질이 생기기도 합니다.
즉, 기존의 재활용은 “다운사이클링(Downcycling)”에 가까운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업사이클링(Upcycling) 은
낡은 재료를 더 가치 있는 형태로 변환시키는 개념입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미생물이 있습니다.
미생물은 플라스틱을 단순히 녹여서 재형성하는 것이 아니라,
분자 단위로 쪼개어 완전히 새로운 화합물로 전환시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쓰레기 → 고부가가치 물질’ 의 흐름이 가능해집니다.

 

Microbial Upcycling의 작동 원리

 

Microbial Upcycling은 말 그대로 미생물의 대사 능력과 효소 반응을 이용해, 인공 물질을 새로운 생물학적 자원으로 전환하는 기술입니다.
핵심은 플라스틱을 물리적으로 녹이는 것이 아니라,
화학적 결합을 ‘생화학적 반응’으로 끊어내고 재조립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먼저, PETase나 MHETase와 같은 특수 효소가 플라스틱의 강력한 결합을 절단합니다.
이 효소들은 마치 분자 가위를 들고 있는 것처럼
플라스틱의 사슬 구조를 하나하나 잘라내어
길고 단단한 고분자를 짧은 단량체(monomer) 로 변환시킵니다.
이 단계에서 생성되는 대표적인 물질이
테레프탈산(TPA) 과 에틸렌글리콜(EG) 입니다.
두 물질은 원래 플라스틱을 구성하던 기본 요소이지만,
이제 미생물에게는 새로운 에너지원이자 원료가 됩니다.

다음 단계는 미생물의 대사 경로(Metabolic Pathway) 입니다.
미생물은 흡수한 TPA와 EG를 세포 내부에서
각종 효소 반응을 통해 다른 화합물로 변환시킵니다.
이 과정은 일종의 ‘생체 화학공장’이라 볼 수 있습니다.
세포 내 효소들이 연결되어,
하나의 분자가 다른 물질로 단계적으로 변하는
복잡한 반응 네트워크가 작동합니다.

이때 사용되는 미생물의 종류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Ideonella sakaiensis 는 PET을 분해해 테레프탈산(TPA) 을 생성하고,

Pseudomonas putida 는 이 TPA를 흡수해 나일론 전구체(adipic acid 유사체) 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또한 Corynebacterium glutamicum 같은 세균은 분해된 탄소원을 이용해

바이오연료, 플라스틱 대체 고분자, 아미노산 등을 합성합니다.

 

이처럼 서로 다른 미생물들이 연결되어 작동하는 시스템을
‘생물학적 공정 라인(Biological Production Line)’이라 부릅니다.
각 미생물이 특정 역할을 수행하며,
앞선 미생물이 만든 부산물이 다음 미생물의 원료가 되는 구조죠.
결국 여러 단계의 미생물을 조합함으로써
버려진 플라스틱이 완전히 새로운 소재로 재탄생합니다.

이 과정의 또 다른 장점은 에너지 효율입니다.
전통적인 재활용 공정처럼
수백 도의 고온이나 고압이 필요하지 않고,
상온(25~40℃) 정도의 환경에서도 충분히 반응이 일어납니다.
즉, 에너지 소비가 매우 낮고, 탄소 배출이 거의 없습니다.
이는 미생물의 생리학적 반응이
자연의 온도와 압력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또한, 연구자들은 유전자공학을 이용해
미생물의 효소를 인위적으로 변형함으로써
분해 속도와 생산 효율을 더욱 높이고 있습니다.
특정 아미노산 서열을 바꿔 효소의 활성 부위를 확장하거나,
대사 경로를 인공적으로 설계해
원하는 화합물을 정밀하게 만들어내는 식입니다.
이를 합성생물학(Synthetic Biology) 의 영역이라고 부릅니다.

예를 들어, 최근 연구에서는
PETase 효소의 구조를 변형해
분해 속도를 약 6배 이상 높이는 데 성공했으며,
그 결과 하루 만에 PET병을 완전히 원료 상태로 되돌릴 수 있었습니다.
이 효소로 분해된 TPA를 Pseudomonas putida에 공급하면,
이 미생물은 내부 대사 시스템을 통해
고무·의류용 나일론, 생분해성 플라스틱, 바이오연료 등
다양한 물질로 전환시킬 수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Microbial Upcycling은
서로 다른 미생물들이 하나의 생산 공정을 이루는
‘생명 기반 순환 공장(Bio-Factory)’ 개념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이 시스템이 완성되면,
우리가 버리는 플라스틱이 더 이상 쓰레기가 아니라
새로운 산업 자원의 출발점이 됩니다.

 

환경적 이점: 자연의 순환에 다시 편입되는 플라스틱

 

전통적인 재활용 공정은 높은 온도에서의 용융,
유해한 용제 사용, 그리고 추가적인 에너지 소비를 동반합니다.
결국 “재활용 과정 자체가 또 다른 오염을 낳는” 모순이 생기죠.

반면 미생물 기반 업사이클링은 저에너지·무오염·생분해 가능한 프로세스입니다.
즉, 자연의 순환 시스템 안으로
인공 물질을 다시 편입시키는 진정한 의미의 순환경제(Circular Economy) 를 구현합니다.

또한 미생물의 대사 산물을 이용하면
새로운 소재를 ‘석유 없이’ 생산할 수 있어,
장기적으로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이는 효과도 있습니다.
이 점은 탄소중립 목표를 향한 산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죠.

 

산업적 가치: 버려진 쓰레기가 ‘미래의 원료’로

 

Microbial Upcycling은 단순히 친환경적인 실험이 아닙니다.
이미 몇몇 글로벌 기업은 이 기술을 실제 산업에 적용하기 시작했습니다.

  • 프랑스의 카르비오스(Carbios) 는 PETase를 개량해
    플라스틱 병을 단 하루 만에 원료로 되돌리는 공정을 개발했습니다.
  • 미국의 루프 인더스트리(Loop Industries)
    효소 기반 분해 기술을 활용해 의류 섬유를 다시 재생 PET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 또한 한국에서도 KAIST와 포스텍 연구팀
    PETase와 다른 미생물을 결합해
    폐플라스틱을 고부가가치 화학소재로 바꾸는 실험에 성공했습니다.

즉, 앞으로는 ‘플라스틱 공장’이 아니라
‘미생물 공장’이 자원 산업의 중심에 서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인간 중심의 기술에서 생명 중심의 기술로

 

Microbial Upcycling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효율이 좋아서가 아닙니다.
이 기술은 인간이 환경을 통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생명체의 자연스러운 능력을 빌리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철학적인 의미도 큽니다.

우리가 만든 문제를 다시 생명이 해결하도록 돕는 것,
이것이 바로 지속 가능한 과학의 본질입니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없애는 궁극적인 해법은
새로운 공장이나 기계가 아니라,
지구가 이미 품고 있던 보이지 않는 생명체들에게 있을지도 모릅니다.

 

Microbial Upcycling은 단순한 재활용 기술의 개선판이 아닙니다.
이는 자연과 인간 기술이 협력하는 새로운 자원 순환 모델입니다. 미생물이 플라스틱을 먹고,
그 부산물을 더 나은 물질로 바꾸는 그 과정 자체가 지구 생태계의 복원력과 지능을 보여줍니다.

이제는 “버리는 시대”를 끝내고, 다시 살리는 시대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리고 그 길의 선두에는 조용하지만 놀라운 존재, 미생물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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